AI의 실무 활용, 도구를 어떻게 쓰느냐를 아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AI 활용에 대한 멘탈모델의 전환입니다.
멋쟁이사자처럼 AX 기업교육이 제안하는 ‘세 가지 멘탈모델의 변화’를 확인해보세요.
AI는 아주 똑똑한 도구이지만, 한편으로는 사용자가 입력하는 맥락만큼의 울타리 안에 놓인 존재이기도 합니다. 사용자가 작업의 맥락을 충분히 투입하지 않으면 AI로부터 원하는 답변을 얻어내지 못하는 경우도 많지요. 그래서 오히려 자기 직무에서 경험과 노하우가 많이 쌓인 숙련자가 AI에 금세 실망해버리곤 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전문가는 수년간 자기 일에서 쌓아온 판단 기준, 맥락 감각, 예외를 처리해내는 노하우에 기반해 일의 결과물에 대한 기대치가 높은데 비해, AI는 그런 정보나 지식을 알지 못한 채 작업을 수행해야 하니까요.
반대로 말하면, AI에게 그러한 경험과 지식을 잘 전달해낸다면 AI는 그 정보를 학습해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UC버클리대의 경영학술지인 ‘캘리포니아 매니지먼트 리뷰’는 2026년 3월 아티클에서 ‘AI 도구가 범용화될수록, 어떤 조직이 자신의 전문 지식을 AI에게 '말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드느냐가 실질적 차별점이 된다’고 말합니다. 즉, 머릿속에만 들어 있는 지식을 눈에 보이는 형태로 꺼내는 것이 곧 AI 시대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뜻이지요. 그렇다면 이 암묵지를 어떻게 형식지로 바꾸어낼 수 있을까요?
암묵지를 형식지로 바꾼다는 것은
암묵지는 경험, 노하우, 신체 감각 등을 통해 개인에게 체화되어 말이나 글로 쉽게 표현하기 어려운 지식을 의미합니다. 이와 대비되는 개념으로서 형식지는 말, 글, 도식 등 여러 사람에게 쉽게 공유할 수 있는 형태의 지식을 뜻하고요. 암묵지와 형식지의 구분은 30여년 전 크게 유행했던 SECI 모델을 통해 처음 체계화되었습니다. 조직지식관리 방법론인 SECI 모델은 ‘조직의 지식이 ‘사회화 - 외부화 - 결합 - 내재화’ 과정의 순환을 통해 체계화된다고 설명하는데요, 이때 외부화 단계에서 개인의 경험을 통해서 축적되어온 암묵지를 언어·도식·규칙 등의 형식지로 변환하는 과정이 이루어져야 조직 내 지식 관리가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지요.
문제는 암묵지의 속성 때문에 이를 형식지로 변환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오랜 경험을 통해 몸에 익은 지식일수록 스스로도 '왜 그렇게 판단하는지' 말로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멀리서 예시를 찾을 필요 없이, 지금 실무에서 가장 오랫동안 반복적으로 하고 있는 일의 순서와 디테일을 차근히 설명해 공유하자고 하면 실제 그 일을 수행하는 것보다도 어렵다고 느끼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은 AI를 실무에서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려고 시도할 때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당연하게도 AI는 사용자인 내가 맥락과 필요한 지식, 지침 등을 자연어로 설명해주어야 작업을 수행하기 때문입니다. 맥락과 기준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사람도 그러하듯 AI도 유효한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없습니다. AI를 단순 보조 도구가 아니라 동료로 생각하면, 사람 동료와 함께 팀을 이루고 맥락과 지식을 서로 공유하는 것처럼 AI에게도 동일하게 대해야 한다는 것을 좀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입니다.
프롬프팅도 곧 암묵지를 형식지로 바꾸는 일
AI 모델 클로드(Claude) 개발사인 앤트로픽(Anthropic)은 연구자들과 함께 AI 플루언시 프레임워크를 제안합니다. 이 프레임워크의 4요소 중 하나로 제시되는 ‘설명(Description)’에 대한 정의와 부가 설명을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AI의 유용한 작동 및 결과물을 유도하기 위해 목표 또는 작업을 효과적으로 묘사하는 능력. ’설명’에는 아이디어, 요구 사항, 제약 조건 및 창의적인 목표의 여러 측면을 AI 시스템에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데 필요한 기술이 포함된다. 또, 명확하고 구체적이며 잘 구성된 프롬프트와 AI 도구가 원하는 동작 및 결과물을 생성하도록 안내하고 지원하는 기타 요소들을 작성하는 것이 포함된다.
숙련자와 초보자의 프롬프트가 다른 결과를 만들어내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같은 도구를 쓰더라도, '업무상 예외 처리 기준' '고객 유형별 접근법' '우리 조직 특유의 맥락'과 같은 경험적 지식이나 작업 맥락을 프롬프트에 명시적으로 담을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결과는 다르겠지요. 다시 말해, AI에게 그저 "보고서 써줘"라고 하는 것과, "우리 팀이 임원 보고에서 중시하는 기준은 X이고, 이번 프로젝트의 특수 맥락은 Y이며, 작년 유사 사례에서 배운 교훈은 Z이니, 이를 반영해 보고서를 작성해줘"라고 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다른 작업이라는 뜻입니다. 아이디어, 요구 사항, 제약 조건, 작업 배경 등 AI가 참고할 수 있는 다양한 맥락을 명료하게 전달하는 것은 AI를 유창하게 활용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역량입니다.
또 이러한 역량과 경험은 조직 단위에서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집니다. 조직지식관리 관점에서 보면, 잘 작동하는 프롬프트는 '팀 안에서 재사용 가능한 형식지'이기 때문입니다. 잘 작동한다는 것은 우리 팀의 맥락과 상황에 비추어보았을 때 활용 가능한 수준의 결과물을 도출해낸다는 뜻이며, 이는 암묵지의 형식지로의 전환이라는 어려운 작업의 반복을 줄일 수 있는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입니다.
암묵지 → 형식지 전환, 실무에서 어떻게 시작할 수 있을까?
✏️ ‘왜 이런 지시를 내리는지’ 한 문장 추가하기
암묵지를 형식지로 바꾸는 일을 ‘완전한 문서화’로 접근하면 첫 발을 떼는 것부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보다는, 지금 AI에게 요청하는 문장에 판단 근거나 맥락 정보를 한 문장 더 추가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AI에게 지시를 내릴 때 '왜 이렇게 지시하는가'를 한 줄 덧붙이는 것이지요. 이는 곧 무심결에 '자동으로' 내리는 판단을 의식의 표면으로 끌어올리는 습관을 시작하는 것입니다. 앞서도 설명했듯 자기 직무에서 숙련자일수록 암묵지를 통해 업무를 수행하는 빈도가 높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처리하는 판단도 많습니다. ‘왜 이 고객 요청은 즉시 대응하고, 저 요청은 다음 날 처리하는가’ ‘왜 이 수치는 그냥 쓰고 저 수치는 반드시 검증하는가’ 이 이유를 명시적인 문장으로 써 AI에게 설명하는 것이 곧 암묵지를 형식지로 전환하는 외부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평가-수정-요청’ 반복하기
나름대로 머릿속 지식을 글로 바꾸어서 AI에게 설명했더라도, 여전히 기대와 다른 결과물이 나올 수 있습니다. 이때 기대와 결과가 왜 달랐는지를 분석하고, 요청문을 수정해서 다시 전달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앞서 언급한 AI 플루언시 프레임워크에서는 소개하는 4가지 AI 활용 역량이 독립된 기능이 아니라 서로 연결되어 순환하며 강화되는 구조라고 설명합니다. 사용자가 프롬프트를 입력(Description)한 뒤, 그로부터 도출되는 AI의 결과물을 비판적으로 평가(Discernment)하고, 그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다시 프롬프트를 수정하는 과정을 통해 형식지가 고도화되는 것은 물론, ‘설명(Description)’ 역량 자체도 점차 더 강화된다는 뜻이지요.
📣 팀 안에서 프롬프트와 작성 경험 공유하기
팀 수준에서는 구성원이 직접 수행한 지시와 그 작성 경험을 활용 맥락과 함께 공유하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시행착오를 거쳐 유효한 결과물을 도출한 개인의 경험이 이를 통해 곧 팀 전체의 형식지로 전환되는 것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조직학습 이론 중 타인의 경험에 노출되고 의미화하는 '간접 학습(Vicarious Learning)' 개념이 팀의 AI 활용에 적용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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