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업무에서 AI 에이전트가 실행 역할을 맡기 시작하면서, 마케터가 집중해야 할 일의 범위 자체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현대차·허브스팟·코카콜라 같은 기업들은 에이전트에게 데이터 수집과 콘텐츠 생성 등을 맡기고, 마케터를 판단과 전략 수립에 집중시키는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AI 에이전트와 어떻게 협업하는지가 마케터의 핵심 역량이 되는 흐름을 읽고, 우리 팀의 워크플로우에서 다음 한 걸음을 어디서 내딛을지 방향을 잡아보세요.
AI가 이미 수많은 실무를 바꾸고 있는 지금이지만, 마케팅만큼 이 파도를 빨리 마주한 조직이 또 있을까요? 카피를 쓰고, 이미지를 만들고, 이메일 제목 A/B 테스트를 하는 등의 작업에서 ChatGPT, 미드저니(Midjourney) 등의 생성형 AI 도구를 쓰기 시작한 것은 2023년 AI 도구가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직후부터였으니까요. 하지만 최근 마케팅 현장에서 또 다른 종류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도구가 바뀐 것이 아니라, 일하는 구조 자체가 달라지고 있는 것인데요. 그 중심에는 AI 에이전트가 있습니다. 아티클 <AI 에이전트 활용의 시작은 ‘인식 전환’부터>에서 소개했듯, 챗봇이 '응답기'라면, 에이전트는 '실행자'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리고 이 차이로부터 일하는 방식의 전환이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빠르게 가시화되는 영역 중 하나가 바로 마케팅입니다.
글로벌 마케팅 플랫폼 재스퍼(Jasper)가 마케팅 전문가 1,4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2025년 63%였던 AI 사용률은 2026년 91%로 뛰었습니다. 이미 대부분의 마케터가 AI를 ‘쓰고 있습니다.’ 결국 관건은 AI를 '어떻게, 어디까지' 쓰느냐에 달려있습니다. 마케팅 실무 프로세스에 AI 에이전트를 도입한 팀의 일하는 방식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실제 사례들을 토대로 살펴보면서 변화의 현재를 가늠해보겠습니다.
AI 에이전트가 마케팅 업무를 바꾼 3가지 사례
1️⃣ 마케팅 리서치 시간을 10시간에서 수십 분으로 단축
현대자동차 마케팅인텔리전스(MI) 팀에게 신차 출시 시즌은 정보와의 싸움이었습니다. 경쟁사가 신모델을 발표하면, 팀원들은 각 제조사의 사이트·보도자료·전문지를 직접 오가며 제원을 수집했습니다. 문제는 제조사마다 같은 정보를 다르게 표기한다는 점이었습니다. 동일한 스펙을 부르는 용어가 브랜드마다 달랐고, 이 이종 데이터를 이해하고 하나의 비교표로 정리하는 데 10시간 이상이 걸렸습니다. 시간만 오래 걸리는 것이 아니라는 게 더욱 큰 문제였습니다. 마케팅 의사결정을 위한 데이터의 양이 기본적으로 너무 많은데 또 정작 꼭 필요한 데이터는 없는 경우도 있고, 조직 간 데이터가 공유되지 않거나 접근이 제한된 경우도 많았습니다.
현대차 내부에서 개발해 활용 중인 AI 에이전트 에이미는 이러한 마케팅 데이터 수집 및 정리의 전 과정을 도맡습니다. 정형 데이터(판매량·가격·경제지표)와 비정형 데이터(뉴스·SNS·이벤트)를 동시에 수집하고, 지능형 탐색 기법으로 100건 이상의 문서를 분류·분석합니다. 뉴스 모듈은 하루 100만 건 이상의 글로벌 뉴스를 자동으로 모니터링하고, 제품 분석 모듈은 경쟁사의 출시 정보·제원·기술·소비자 반응을 자동으로 합성합니다. 이를 통해 10시간 이상 걸리던 경쟁사 분석이 수십 분으로 단축됐습니다.(링크) 이미 연간 리서치 분석 물량 중 AI 추천 비중이 약 50%에 달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링크) 이를 통해 마케팅인텔리전스 팀의 역할이 이동하기 시작했습니다. 데이터를 수집하고 정리하는 데 쓰이던 시간이, 그 데이터가 의미하는 바를 해석하고 전략을 도출하는 데 쓰일 수 있는 구조가 됐습니다.
2️⃣ ‘초개인화 마케팅’ 자동화 구현
이메일을 통한 리드 너처링(lead nurturing) 과정은 오랫동안 타겟고객을 하나의 세그먼트로 묶어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가격 페이지를 방문한 사람’ ‘특정 콘텐츠를 다운로드한 사람’과 같은 조건을 충족하는 경우를 모아, 그들에게는 같은 이메일 시퀀스가 나가는 것이 자연스러웠지요. 그정도 타게팅이 ‘현실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사실은 같은 그룹이라도 사람마다 상황이 다른데, 메시지는 하나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CRM 도구로 유명한 허브스팟(HubSpot)의 마케팅 팀은 AI 에이전트로 이 구조를 바꾸었습니다.(링크) AI 에이전트가 B2B 리드 하나하나를 개별적으로 분석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각 리드의 회사 웹사이트를 읽고, 어떤 콘텐츠를 봤는지 이력을 확인하고, 지금 풀고자 하는 문제가 무엇인지를 예측합니다. 그 다음 콘텐츠 라이브러리에서 가장 적합한 자료를 찾아, 그 사람의 상황에 맞는 이메일을 직접 작성합니다. 이 모든 단계가 사람의 개입 없이 자동으로 돌아가는 에이전트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팀의 사람 구성원은 이제 이메일 시퀀스를 짜는 대신, 에이전트가 수행한 결과물을 검토하고 모델을 더욱 정교하게 다듬는 작업으로 옮겨갔습니다. 그 결과는 전환율 82%, 오픈율 30%, 클릭률 50% 상승이었습니다. 수백 명 리드에게 하나하나 개인화된 연락을 실시간으로 보내는 일이 가능하게 되면서 생긴 변화입니다.
3️⃣ 데이터 기반 결정도 실시간으로
변화는 마케팅 예산을 어디에 어떻게 쓸지를 결정하는 데서도 나타납니다. 코카콜라의 경우, 마케팅·상업 투자의 시나리오를 실시간으로 모델링하는 AI 플랫폼을 직접 구축해, 마케팅 투자 과정을 바꾸어냈습니다. 기존에는 마케팅 예산을 TV, 디지털, 오프라인 프로모션 등 다양한 매체 중 어디에 얼만큼 쓸지를 결정하기 위해 여러 팀이 각자 가지고 온 데이터를 두고 경쟁하듯 논의하는 회의가 이 프로세스의 주된 일이었습니다. 문제는 서로 다른 해석으로 결론이 나지 않아 추가 분석을 요청하고, 다음 회의를 잡느라 한번에 2주 정도씩 추가로 소요되곤 했다는 것이지요. 새로운 에이전틱 AI가 도입되면서 회의의 성격은 데이터가 맞느냐 틀리냐를 다투는 회의에서 선택과 결정을 하는 회의로 전환되어, 2주씩 걸리던 사이클을 1시간까지 단축하는 효과를 경험했다고 코카콜라는 밝혔습니다.
AI 에이전트 도입 이후 마케터의 역할은 어떻게 바뀌고 있을까
위 사례들에서 나타나는 변화 중에 가시적인 속도 상승도 중요하지만, 더욱 눈여겨봐야 할 지점은 마케터들의 역할 변화에 있습니다. 우선 눈에 들어오는 변화는 AI 에이전트와의 협업 구조입니다. 위 사례들은 AI 에이전트는 생성과 검수, 정보 수집 등의 역할을 담당하고, 사람은 판단과 방향을 담당하는 협업이 이미 작동하고 있음을 공통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후보와 아이디어 중 무엇이 진짜 좋은 것일지 고르는 안목, 테스트 결과를 보고 다음 라운드를 설계하는 감각 등 에이전트가 대신할 수 없는 영역이 주요한 업무 내용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반복 리서치, 초안 작업, 포맷 변환, 스케줄링, 기초자료 리포팅 등 마케팅 팀원의 업무시간 상당 부분을 차지하던 ‘실행’ 작업들 다수가 에이전트의 영역으로 이미 넘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실행에 쓰였던 에너지가 점차 판단과 전략으로 이동하는 것이지요.
또 하나의 변화는 AI 에이전트를 도입하고 구축하기까지의 과정에 있습니다. 위 사례들은 공통적으로, 외부의 AI 툴을 추가로 구독하는 방식이 아닌 내부 구성원이 AI 에이전트를 구축하는 데 직접 참여한 케이스라는 것에 주목해야 합니다. 자기 팀의 병목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그 자리에 에이전트를 적절하게 집어넣었고, 결국 일하는 방식을 바꿨습니다. 같은 마케팅 업무라도 조직마다 그간 해왔던 업무의 방식과 맥락이 다르고, 그에 따라 워크플로우 수정이나 에이전트 구축 방향성 등도 다르게 마련입니다. 이 모든 배경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것은 결국 그 일을 직접 해오던 구성원인 만큼, 이들이 AI 활용 역량을 갖추고 ‘내 일, 우리 조직의 일’을 어떻게 바꿀지를 고민해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조직의 AX를 원활히 이끄는 방법이 될 것입니다.
AI 에이전트와 친한 구성원을 만드는 일, 기업 AX에 꼭 필요합니다
만드는 방식과 결정하는 방식이 모두 바뀌는 환경에서, AI 에이전트와 함께 일하는 능력은 이미 직무 역량의 일부이자 업무 환경의 기본값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재스퍼의 조사에서 마케터 3명 중 1명은 ‘AI 관련 책임이 내 직무 설명에 공식적으로 포함됐다’고 답했고, ‘AI 접근성이 이직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한 비율은 무려 전체 응답자의 97%에 달합니다. AX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어떤 도구를 쓰느냐'만큼이나 '구성원이 에이전트와 함께 일할 줄 아느냐'가 중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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